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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기록하는 엄마 – 세 아이 사이에서 피어나는 나의 하루

by 시골썬 2025. 6. 10.

오늘도 기록하는 엄마 – 세 아이 사이에서 피어나는 나의 하루

 

 아이 셋을 키운다는 건 늘 소란한 집안, 끊이지 않는 요구,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하루를 살아가는 일입니다. 정리되지 않은 장난감 위를 걸으며, 언제든 울음소리가 터질지 모르는 긴장의 끈을 붙들고 있는 날들. 그런 나날 속에서도 저는 매일 ‘기록’이라는 작은 시간을 꿉니다. 누군가는 바쁜 와중에 언제 글을 쓰냐고 묻겠지만, 사실 그 바쁨을 견디기 위해서라도 저는 기록합니다. 기록은 혼란 속의 숨구멍이고, 잊히기 쉬운 감정의 표지를 붙이는 작업이며, 나 자신을 확인하는 의식입니다.

 오늘의 나는 무슨 엄마였는지, 어떤 마음으로 아이들을 안아주었는지, 몇 번이나 참았는지, 또 무엇에 웃었는지를 써내려가는 이 일은 어쩌면 하루 중 가장 나다운 순간일지도 모릅니다. 이 글을 통해 ‘기록하는 엄마’로서의 삶을,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하는 조용한 다짐과 위로에 대해 나누고자 합니다.

 

오늘도 기록하는 엄마 – 세 아이 사이에서 피어나는 나의 하루
오늘도 기록하는 엄마 – 세 아이 사이에서 피어나는 나의 하루

 울음과 웃음 사이, 감정의 기록

 아이들과 하루를 보내다 보면, 감정은 쉼 없이 오르내립니다. 한 아이가 장난감을 뺏어가는 동생을 때리고, 그걸 본 셋째는 울음을 터뜨리고, 나는 동시에 빵을 태워버리는 날. 이런 하루 끝에 침대에 주저앉아 아무 말 없이 핸드폰 메모장에 이렇게 씁니다.
“오늘은 나도 내 자신을 컨트롤 할 수 없을 정도로 화가 올라왔다. 내 화는 뒤끝이 길다. 아이들은 없었던 일처럼 또 잘 논다.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된 기분이다. 그래도 결국 아이들의 웃음 덕분에 오늘 하루도 웃으며 마무리 된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닙니다. 그저 ‘나’에게 하루를 정리해 보여주는 일. 감정을 토해내듯 적고 나면, 그날의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집니다. 감정을 기록하는 일은 단순한 하소연을 넘어선 일종의 정서 정리입니다. 아이들에게 화를 냈던 순간에는 왜 그랬는지, 어떤 말이 내 마음을 울컥하게 했는지, 아이가 내 품에서 잠든 얼굴을 바라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를 적습니다.

 이렇게 감정들을 붙잡아두면, 다음에 비슷한 일이 생겼을 때 덜 흔들릴 수 있습니다. “그때도 그랬지”라고 되새기며, 조금 더 단단한 엄마가 되어갑니다. 그리고 때때로 그 기록을 다시 읽다 보면, 그때는 몰랐던 아이의 마음도, 나의 서툰 다정함도 보입니다. 울음과 웃음 사이, 그 모든 순간이 의미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아이의 성장, 엄마의 성장 – 일상의 조각을 쓰다

 아침마다 반복되는 등교 준비 전쟁, 저녁마다 쌓이는 설거지 산,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맞이하는 작고 기쁜 순간들. 이 모든 것들을 기록하는 건 단지 아이의 성장을 남기기 위함만은 아닙니다. 아이의 성장은 곧 나의 성장이고, 아이가 배운 만큼 나도 배운다는 걸 매일 느끼기 때문입니다.

 둘째가 처음으로 동생에게 “괜찮아”라고 말했을 때, 셋째가 스스로 옷을 입고는 나를 뿌듯하게 바라봤을 때, 첫째가 “엄마, 힘들지?”라고 물어왔을 때. 이 조각들은 그냥 지나가면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을 기록하면, 그날의 공기까지도 다시 떠오릅니다.

 작은 노트 하나를 아이들마다 따로 마련해 두었습니다. 그날 있었던 일, 기억하고 싶은 말,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던 순간들을 짧게 적습니다. 아이가 자라서 그걸 읽을 수 있을 만큼 클 때까지,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그들을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를 모아두는 셈입니다.

 이 기록은 나중에 선물이 될지도 모릅니다. 아이에게도, 그리고 미래의 나에게도. 육아의 시간은 느리지만, 돌아보면 너무도 빠르게 흘러갑니다. 그래서 지금 이 조각들을 남기는 일이 중요합니다. 기록은 기억의 속도를 늦추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소란한 하루 끝, 나를 위한 기록 한 줄

 아이 셋과의 하루가 끝나고 나면, 집은 전쟁터를 방불케 합니다. 밀린 빨래, 바닥에 떨어진 크레용, 아직 식탁 위에 놓인 반쯤 먹다 만 과일 조각. 이런 풍경 속에서 저는 잠시 앉아 조용히 나의 시간을 엽니다. 오늘 나에게 가장 의미 있었던 순간을 떠올리며, 짧은 문장을 적습니다.

“셋째가 나에게 엄마 사랑해 하고 안아줬다. 괜히 울컥했다.”
“첫째가 자기가 엄마 돕겠다고 저녁을 차리는 것을 도왔다. 서툴었지만 감동이었다.”
“화가 나서 소리쳤는데, 금방 후회했다. 다음엔 더 천천히 말해보자.”

이렇게 짧은 기록 한 줄은 스스로에게 쓰는 다정한 편지이기도 합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거의 없는 엄마에게 ‘기록’은 오히려 혼자가 될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자, 내 감정을 나만의 언어로 정리할 수 있는 작은 방과도 같습니다. 누군가는 별것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 기록들이 쌓이면 내 안의 정체성이 선명해집니다.

 아이 셋의 엄마이면서도, 동시에 여전히 나라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법. 그것을 잊지 않기 위해 저는 오늘도 한 줄을 씁니다. 바쁜 와중에도 나를 쓰는 이 시간은, 다시 내일을 살아낼 힘을 줍니다.

기록은 엄마에게 주는 가장 조용한 위로

 누군가는 아이 셋을 키우는 삶엔 여유가 없다고 말합니다. 여유는 없고, 늘 일은 많고, 감정은 바쁘게 오고 가며, 하루가 끝나면 그저 뻗어버리고 싶은 날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저는 기록합니다. 고요한 밤, 아이들이 모두 잠든 뒤에 적는 단 몇 줄이 나를 위로하고 다독입니다.

 기록은 무언가 대단한 글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누군가에게 보일 글이 아니어도, 문장이 서툴러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내가 나의 마음을 놓치지 않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곧 아이들을 더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게 하는 바탕이 됩니다.

 세 아이를 키우는 이 삶은 거칠고 복잡하고 때로는 외롭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매일의 감정과 순간을 꾹꾹 눌러 담은 기록은, 언젠가 이 시간이 얼마나 빛났는지를 기억하게 해줄 것입니다. 아이들이 크고, 내가 이 시절을 돌아볼 때, 수많은 소란 뒤에 남은 이 조용한 메모들이 결국 나를 증명해줄 것입니다.

 오늘도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면, 잠깐이라도 앉아 마음의 기록을 적어보세요. 그것이 당신의 내일을 더 견디기 쉽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그리고 언젠가, 아이들과 함께 그 기록을 읽으며 웃을 날이 올 것입니다. 오늘을 살아낸 당신에게, 작지만 따뜻한 위로를 보냅니다.

 또한, 기록은 육아라는 터널 속에서 나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한 작은 구조 신호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의 일상이 내 일상이 되면서, 어느 순간 나는 나를 설명할 단어를 잃은 듯한 기분이 들곤 했습니다. 하지만 기록을 통해, 나는 다시 ‘엄마’ 외의 나로 존재하게 됩니다. 내 감정, 내 생각, 나만의 언어를 가지는 일. 그것이 매일을 반복 속에만 가두지 않고, 나를 더 풍부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러니 오늘도 저는 적습니다. 피곤하고 지쳐 있더라도, 커피 한 모금 마시는 그 틈에, 혹은 잠든 아이의 숨결을 들으며. 짧은 한 문장일지라도 그 문장은 내 삶을 붙드는 힘이 됩니다. 그리고 이 기록들이 모여 나중엔 하나의 이야기가 됩니다. 세 아이를 키운 한 엄마의, 작지만 뜨거운 생의 기록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