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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위한 기록 – 죽기 전에 남기고 싶은 말들

by 시골썬 2025. 6. 10.

미래를 위한 기록 – 죽기 전에 남기고 싶은 말들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 사실을 너무 잘 알면서도, 우리는 살아가는 데 바빠 종종 그 끝에 대해 생각하지 않곤 합니다. 죽음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도 매일의 시간 속에서 조금씩 다가오고 있는데도 말이지요. 그래서 저는 가끔 ‘죽기 전에 남기고 싶은 것들’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그것을 기록으로 옮겨 놓습니다. 누구에게도 미뤄둘 수 없는, 오직 나만이 정리할 수 있는 말들. 그런 기록이야말로 진짜 내 삶의 의미가 담긴 흔적일지도 모릅니다.

 기록은 단순한 회상이 아닙니다. 살아 있는 동안 누군가에게 전달하고 싶은 말, 내가 떠난 뒤에도 남아 있기를 바라는 메시지, 그리고 삶을 정리하는 태도까지. 그것은 곧 내 삶 전체를 조망하고, 그 의미를 되새기는 과정입니다. 유언장이나 메모, 타임캡슐처럼 형태는 달라도, 죽음을 준비하는 기록은 결국 살아 있는 지금을 어떻게 마주하고 있는지를 드러냅니다.

 

미래를 위한 기록 – 죽기 전에 남기고 싶은 말들
미래를 위한 기록 – 죽기 전에 남기고 싶은 말들

디지털 시대의 유언장, 삶의 구조를 정리한다는 것

 예전에는 유언장이 손으로 쓰인 종이 문서였다면, 이제는 디지털 폴더 안에 삶의 중요한 파일들이 담겨 있습니다. 가족에게 알려주지 않으면 영원히 열어볼 수 없는 사진, 이메일, 금융정보, SNS 계정과 클라우드 문서들. 우리는 디지털 세계 속에서 수많은 흔적을 남기고 있지만, 그 끝에 대해선 너무 무심한 편입니다. 그래서 저는 ‘디지털 유언장’을 작성해두기로 했습니다. 아직도 완전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정도는 메모하고 정리해두려 합니다.

 디지털 유언장이란 단지 파일의 목록을 넘겨주는 것이 아닙니다. 그 안에는 정리되지 않은 내 감정, 관계, 추억이 들어 있습니다. ‘이 폴더에 있는 영상은 엄마의 생신을 위해 찍어둔 것’이라는 한 줄의 메모만으로도, 남겨진 사람에겐 큰 의미가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산의 목록이 아니라, 그 안에 깃든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입니다.

 또한, 요즘에는 '디지털 상속 서비스'나 '클라우드 관리자 권한 이전 기능'처럼 죽음을 전제로 한 기술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데이터와 기억을 책임지기 위해 필요한 장치들이죠. 이런 것들은 단지 남겨진 이들을 위한 배려이기도 하지만, 본인 스스로의 삶을 정리하며 감정의 매듭을 푸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떠나기 전에 마음을 정리한다는 것, 그것은 나의 마지막 시간을 스스로 품위 있게 마무리하겠다는 선언입니다.

타임캡슐, 나 자신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

 아이들이 땅속에 작은 상자를 묻듯, 나도 내 삶의 일부를 미래로 보내는 타임캡슐을 준비해봅니다. 그것은 실제로 땅속에 묻지 않아도 됩니다. 메모장 하나, 오래된 사진첩, 목소리를 녹음한 파일이나 이메일 예약 서비스처럼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죠. 중요한 것은 그 안에 어떤 마음을 담느냐입니다.

 지금의 내가 미래의 누군가, 혹은 훗날의 나에게 어떤 말을 전하고 싶은지. 타임캡슐은 사실상 ‘살아 있는 유언’과 비슷합니다. “지금 이 시기의 나는 이런 생각을 했고, 이런 걸 좋아했고, 이런 삶을 살았어.” “혹시 내가 너무 갑작스럽게 떠났다면, 이 말들은 잊지 말아줘.” 이런 문장들이 차곡차곡 쌓이면, 그것은 단순한 메모가 아니라 삶의 고백이 됩니다.

 아이들과 함께 만드는 가족 타임캡슐도 좋은 예입니다. “10년 뒤에 함께 열어보기”라는 약속 하나가 가족 간의 추억을 엮고, 삶을 되돌아보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됩니다. 나의 삶을 보여주는 작은 조각들을 모아 정리하다 보면, 나도 몰랐던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기도 합니다. 타임캡슐은 죽음을 준비한다기보다는, 사실상 오늘을 충실히 살아가는 훈련입니다.

죽음을 준비한다는 건, 더 잘 살겠다는 다짐입니다

 죽음을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종종 어둡고 무거운 주제를 꺼낸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은, 지금을 더 진지하게 바라보고, 더 정직하게 살아가려는 태도에서 비롯됩니다. 기록은 그 다짐의 증거입니다. 언젠가 떠나게 될 이 삶에서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 마음을 품고 있었는지, 어떤 말을 끝내 하지 못하고 남겼는지를 정리하는 일. 그 일이야말로 삶의 가장 내밀한 고백입니다.

 죽음을 생각할 때, 저는 오히려 주변 사람들을 떠올립니다. 나 없이도 잘 살아가길 바라는 가족, 친구, 동료들. 그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은 단순한 작별이 아니라, 감사와 응원입니다. “늘 고마웠어.” “당신이 있어서 참 좋았어.” “너무 무거운 짐은 지지 말고, 가볍게 살았으면 좋겠어.” 그런 말들은 자주 말로 전하지 못했기에, 기록으로라도 남기고 싶습니다.

 죽음을 준비한다는 건 결국 살아 있음의 증거입니다. 언제 끝이 올지 모르는 삶 속에서 지금 이 순간, 내가 무엇을 남기고 싶은지를 고민하는 행위는 어쩌면 가장 인간적인 태도일지도 모릅니다. 기록은 그 질문에 대한 조용한 대답이자, 나의 존재를 후에라도 증명해주는 작은 등불이 됩니다. 

나의 마지막 문장을 상상해보는 일

 기록은 결국 사랑입니다. 사랑했기에 정리하고, 미안했기에 남기고, 기억하고 싶기에 쓰는 것입니다. 죽음을 준비하는 기록이라고 해서 꼭 무겁고 비극적일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삶에 대한 애정과 유머, 일상에 깃든 따뜻함을 남기는 것이 더 오래 살아남는 기록이 될지도 모릅니다. “참 바쁘게 살았지만, 그래도 꽤 괜찮았어.” “아침 햇살, 고소한 커피향, 웃음소리… 다 좋았어.” 이렇게 일상적이지만 진심이 담긴 한마디가 누군가의 마음을 지켜줄 수 있습니다.

 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남기며 살아갑니다. 메모, 문자, 사진, 영상… 모두 언젠가 사라질 수 있지만, 그 속의 마음은 오래도록 남습니다. 내가 사라진 뒤에도, 나의 말이 누군가를 안아줄 수 있다면. 그런 기록 하나쯤은 남겨두고 싶습니다. 죽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남은 사람들의 삶을 축복하는 방식으로. 기록은 언젠가 끝날 이 삶을 조금 더 의미 있게 만드는 도구입니다.

 당신의 마지막 문장은 무엇일까요? 꼭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지금, 이 순간 떠오르는 말 한 줄을 남겨보세요. 그리고 그것을 잊지 않도록 기록해보세요. 그 조용한 문장이 언젠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된다면, 우리는 이미 삶의 마지막까지 충실했던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죽음을 위한 기록은 반드시 마지막을 전제로 하지 않아도 됩니다. 매일을 정리하는 작고 반복적인 메모 속에서도 우리는 인생의 결을 찾아갑니다. 지금 이 순간의 기록이 언젠가 누군가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는 것. 그래서 저는 오늘도 작은 문장을 남깁니다. 언젠가 펼쳐질 미래를 위해, 그리고 오늘을 살아 있는 나 자신을 위해서 말입니다. 기록은 단지 끝을 준비하는 일이 아니라, 오늘 하루를 더 정성스럽게 살아내는 방식이기도 합니다.